10일 오후 서울 양화동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 중앙제어실. 수질운영관리과 직원 5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10개의 대형 모니터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질데이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김상은 수처리연구실 연구사는 “4년 만에 한강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돼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지만 서울에선 유일하게 오존 등으로 ‘고도정수’ 처리를 하고 있어 수질 관리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사를 비롯한 이곳 직원들은 평소 이 물을 그냥 식수로 마신다.

녹조류의 급속 확산으로 전국이 수돗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지만 이곳은 악취를 유발하는 미생물을 걸러내는 ‘고도정수’시스템 덕분에 안전한 물 공급이 가능하다.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는 2010년 기존의 정수장을 리모델링하면서 하루 평균 16만t의 고도정수시설을 갖췄고, 지난해 12월엔 물생산량을 45만t으로 늘렸다. 한강물에 염소와 응집제, 분말활성탄 등을 넣고 정수하는 구의, 암사 등 서울의 다른 5곳의 정수센터와는 달리 이곳은 여기에다 오존과 생물활성탄으로 ‘고도정수’ 처리를 한다. 이중 삼중으로 물을 살균하기 때문에 수돗물에서 나는 특유의 맛과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의 오존접촉조로 다가가자 오존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평소에는 1ℓ당 0.3~0.5㎎의 오존을 투입하지만 최근에는 투입량을 1.0㎎으로 늘렸다. 한강에서도 악취유발물질인 지오스민이 100ppt 이상 검출됐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오존 처리시설을 통과하면 70% 정도 악취유발 물질이 제거된다”고 설명했다. 오존 처리가 된 물은 활성탄접촉조로 내려가는데 2.5m 두께의 입상유기활성탄층이 미세유기물을 흡착 분해해 나머지 악취물질을 제거한다. 덕분에 지오스민 농도는 ‘0’을 유지하고 있다.

‘고도정수’ 처리가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대부분 정수장은 아직도 기존의 표준정수처리를 하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영등포에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만들 때만 해도 2012년까지 전 정수장에 이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예산문제로 완전 도입시점이 2014년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곳에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갖추는데 400억~500억원 정도가 드는데다 유지비도 기존 정수센터보다 많아 도입시점이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보다 살림살이가 빠듯한 경기도와 인천은 ‘고도정수’ 처리 시스템을 조기에 갖추기가 어렵다. 경기도와 인천에 있는 31개 정수장 중에 ‘고도정수’ 처리가 가능한 곳은 성남정수장 등 2~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고도정수’ 처리 용량도 소규모에 그치고 있다.

기존의 정수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투여하는 분말활성탄을 늘리고 여과보조제를 투입하고 있지만 녹조 확산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태다. 남조류는 규조류 등 다른 조류와 달리 세포 크기가 작아 걸러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연이은 폭염과 가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수질이 더 악화되면 ‘고도정수’ 처리 시스템도 수질 관리의 100% 안전판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가장 안전하다”며 “예산을 조기에 확보해 조만간 기존 정수장을 모두 ‘고도정수’ 처리장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