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9일(현지시간) “한국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 2%대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유럽과 중국 경제가 나빠지고 그 여파로 미국 경제도 악화될 수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률이 7%대라고 말하지만 중국 통계의 부정확성을 고려하면 4% 정도에 그칠 수 있다”며 “수출 둔화, 부동산 거품 붕괴, 지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 등은 중국 경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런 대외여건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다행히 한국은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방어에 나서야 한다”며 “고용 창출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훈수를 뒀다. 그는 “한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더 내려야 한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쳐 유로존 위기를 초기에 진화하는 데 실패한 점을 상기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도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방어했다”면서도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걸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 “미국 경제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 경제도 앞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지금 당장 경기를 부양할 카드가 마땅치 않지만 중앙은행(Fed)이 다음달에 3차 양적완화(QE)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웰스파고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수석부행장,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 등을 거친 손 교수는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경제전문가들의 경제전망 정확도 조사에서 3위를 차지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