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현금 귀찮아…"이름만 대면 계산 끝"
‘신용카드도, 현금도 필요 없습니다. 이름만 말씀하시고 커피를 주문하세요.’

조만간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실현될 얘기다. 가방에서 지갑을,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네주고 서명한 다음 카드와 영수증을 받아 다시 지갑에 넣어야 하는 절차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원리는 이렇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계산대 시스템에 고객 프로필이 자동으로 뜬다. 고객 스마트폰과 위성위치추적장치(GPS) 등을 활용한 것이다. 프로필에는 고객의 이름과 사진, 신용카드 정보 등이 담겼다. 고객이 음료를 주문하고 이름을 말하면 점원은 프로필을 확인하고 결제한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와 제휴를 맺고 이같이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두 단계에 걸쳐 도입된다. 첫 단계에서는 고객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저장된 바코드를 점원에게 제시함으로써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올가을 7000여개 미국 모든 매장에 이 시스템이 도입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스퀘어의 GPS 기술이 도입된다. 위치기반서비스를 활용해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 정보를 사전에 띄워놓고 고객이 이름을 말하면 결제까지 해줄 수 있게 된다. 스타벅스는 스퀘어(자본금 32억5000만달러)에 2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스퀘어 이사회에 합류해 두 회사 제휴사업을 이끌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작년부터 적용 중인 자체개발 모바일 결제 앱과 스퀘어와 제휴해 만들 모바일 결제 앱 ‘페이 위드 스퀘어(Pay With Square)’를 함께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앱은 스타벅스 선불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스퀘어의 앱을 이용하면 고객이 갖고 있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 자체 앱은 전 세계 1만7650개 매장 가운데 1만4000개 매장에서 1주일에 총 100만건 이상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새 서비스가 커피 전문점 및 모바일 결제시장의 ‘게임 체인저(시장의 흐름을 뒤바꿀만한 혁신적인 사건이나 인물)’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매일 엄청난 건을 결제하는 스타벅스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의 모바일 결제 시대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다. 스타벅스로서는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트렌드와 신기술에 열광하는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타벅스의 새로운 서비스는 ‘커피보다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기업철학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기업철학 때문에 스타벅스는 아직까지도 다른 커피전문점이 활용하는 버저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점원이 번호가 매겨진 버저를 누르기보다 고객 이름을 직접 불러 커피를 주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새로운 서비스로 점원들은 고객 개개인의 정보에 대해 더 정확하게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