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를 향해 ‘그년’이라고 표현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최고위원은 8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의 아닌 표현으로 불편한 분이 있다면 유감이라고 말씀드렸다”면서도 “이 과정에 ‘그 표현은 너무 약하다’라는 말씀도 많았다”고 말했다.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한 것이다.

이에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같은 지역구(경기 안양) 의원으로서 창피하다”며 “정치의 질과 정치인의 품격을 떨어뜨린 망발로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일표 대변인은 “4·11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의 막말, 임수경 의원의 막말에 이어 민주당의 뿌리깊은 막말 DNA가 보인다”며 “민주당이 이 사건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이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의 설화가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정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며 “(투표일에)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임수경 민주당 의원은 4월 총선 직후 탈북자 대학생에게 “변절자 ××”라고 말한 게 공개돼 자질논란에 휩싸였다.

설화로 금배지가 날아간 경우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김용민 당시 민주당 서울 노원갑 후보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욕설과 비속어가 들어간 막말이 공개돼 유리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낙선했다.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새누리당에서 출당된 뒤 결국 19대 국회입성에 실패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정치인에게 ‘말’은 최고의 무기로 의회(parliament)라는 단어 자체가 프랑스어 동사 말하다(parler)를 어원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정치인은 발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