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미국 주택 가격이 1분기에 비해 4.8~6% 급등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분기 상승률로는 지난 7년간 최대 상승폭이다. 미국 주택 경기가 회복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시장정보업체 코어로직의 주택 가격 통계 자료를 인용, 올 2분기 미국 주택 가격이 전 분기보다 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05년 이후 최대 폭이다. 월별 기준으로 주택 가격은 지난 3월 8개월 만에 반등한 뒤 6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미국 100대 도시 가운데 71개 도시의 주택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조사 때는 19개 도시에 불과했다.

미국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은 이날 2분기 주택 가격이 전 분기보다 4.8% 상승했다고 밝혔다.

프레디맥은 코어로직과 다른 방법으로 주택 가격을 계산한다. 프레디맥이 산출한 2분기 주택 가격 상승폭은 2004년 이후 최대폭이다. 프레디맥은 주택 가격 상승에 힘입어 2분기 30억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4년 전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후 최대 실적이다.

주택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매물 부족이다. 반면 수요는 은행의 압류주택 등 가격이 저렴한 주택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젤먼어소시에이츠의 아이비 젤먼 사장은 “압류주택과 같은 악성 매물이 점차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면서 시장에서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대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6일 발표한 은행 대출 행태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주택 구매를 위한 모기지 수요는 최근 3년 만에 가장 크게 늘어났다. 콜로라도주 볼더의 한 은행 모기지뱅커인 로 바니는 “주택 구입 때 주어지는 연방정부의 세제 혜택이 주택 구매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부족하다. 젤먼 사장은 “집을 구입한 투자자들이 차익을 남기고 파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월세로 돌리고 있어 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신규주택 건설이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것도 재고 부족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택시장에 여전히 불안요인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인들은 아직도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렵다. 은행들이 대출자격을 깐깐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압류 또는 상환 불능 모기지 주택이 300만채 넘게 있다는 점도 시장의 잠재 불안요인이다. 프레디맥의 부실채권 규모는 1180억달러에 이른다. 짐 보젤 FTN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주택시장이 완전히 고비를 넘겼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시장의 회복 속도는 무엇보다 고용시장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