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이른바 ‘경제민주화 4호’ 법안으로 금산(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 방향은 현행 9%인 은행 소유한도를 다시 축소하고,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의 일반 자회사 보유를 원점 재검토하며, 대기업집단의 보험 증권 등 2금융권 자회사를 별도 계열 분리하는 것 등 세 가지다. 2009년 은행 대형화를 위해 은행 소유한도를 4%에서 9%로 높이는 등 다소 완화됐던 금산분리를 원상복구하고 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얘기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즉각 당론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금산분리 강화에 적극적이어서 입법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제민주화라는 허울 아래 여야가 경매 벌이듯 규제수위를 높여온 터라 더욱 그렇다. 은산(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위주였던 금산분리가 2금융권에도 적용될 경우 재계에는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금산분리를 강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선 산업자본의 금융 소유를 제한하지 않거나 정부승인에 의해 허용한다. 독일은 은행과 기업이 지분을 상호 교차보유하고,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은 은행까지 갖고 있다. 미국도 은행 외에 2금융권은 규제하지 않는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는 보험지주회사지만 온갖 업종의 50여개 자회사를 문어발처럼 거느리고 있을 정도다. 그런 버핏이 한국에서 사업한다면 불법이 되는 꼴이다.

국내에서 금산분리가 불가침 성역이 된 것은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한다는 뿌리깊은 고정관념 탓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만성적인 초과대출 수요에다 금융감독이 부재했을 때의 얘기다. 지금은 은행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지 않도록 각종 여신규제로 묶고 철저히 감시하는 마당이다. 오히려 주인없는 은행들이 드러내는 적폐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게다가 신용창출 기능도 없는 증권 보험에까지 금산분리를 확대하려는 것은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이다. 대기업이면 무엇이든 족쇄를 채워야 표가 된다고 여기는 해괴한 발상이 정치권에 만연해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한술 더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