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앰부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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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 본격화된 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 해부터 기업들을 상대로 공식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필름회사인 일본의 후지가 대회 공식스폰서로 선정됐다. 당시 후지의 맞수였던 코닥은 대신 올림픽 방송 스폰서를 맡았다. 코닥의 방송 노출이 워낙 많다보니 대다수 사람들이 후지와 코닥이 올림픽 공동 스폰서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후지는 억울했지만 당시로는 코닥의 이런 얌체 마케팅 전략을 막을 길이 없었다.
앰부시 마케팅은 말그대로 숨어서 하는 매복 마케팅이다. 공식스폰서는 아니면서도 광고나 기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마치 공식스폰서인 듯한 인상을 줘 고객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전략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행사는 앰부시 마케팅의 경연장이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례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맥주회사 바바리아 비어가 펼친 전략. 네덜란드-덴마크 전에서 36명의 늘씬한 미녀들이 오렌지색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 카메라맨의 주목을 끈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됐다. 재미있는 건 몇몇 아가씨들의 손에, 비록 로고는 감췄지만 맥주가 들려 있었다는 점이었다.
공식 후원사에 ‘딴지’를 거는 방법도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는 비자카드였다. 당시 아멕스 카드는 ‘스페인에 가려면 비자는 필요 없다’는 문구의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루프트한자 항공은 항공기 앞부분에 축구공 무늬를 씌웠고 LG전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항구에 정박한 페리호에 커다란 LG전자 광고를 걸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IOC나 국제축구연맹(FIFA) 등은 공식 스폰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앰부시 마케팅을 막는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단속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300명에 달하는 ‘브랜드 경찰’까지 동원했다. 걸리면 최소 2만파운드(약 3500만원)의 벌금도 내야 한다.
하지만 앰부시 마케팅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워낙 교묘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마이클 펠프스나 샤라포바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생활을 언급하는 척하면서 호텔과 샴푸명을 드러내는 식으로 개인 후원사를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 장면과 함께 앰부시 마케팅을 둘러싼 기업들과 IOC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앰부시 마케팅은 말그대로 숨어서 하는 매복 마케팅이다. 공식스폰서는 아니면서도 광고나 기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마치 공식스폰서인 듯한 인상을 줘 고객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전략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행사는 앰부시 마케팅의 경연장이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례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맥주회사 바바리아 비어가 펼친 전략. 네덜란드-덴마크 전에서 36명의 늘씬한 미녀들이 오렌지색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 카메라맨의 주목을 끈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됐다. 재미있는 건 몇몇 아가씨들의 손에, 비록 로고는 감췄지만 맥주가 들려 있었다는 점이었다.
공식 후원사에 ‘딴지’를 거는 방법도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는 비자카드였다. 당시 아멕스 카드는 ‘스페인에 가려면 비자는 필요 없다’는 문구의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루프트한자 항공은 항공기 앞부분에 축구공 무늬를 씌웠고 LG전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항구에 정박한 페리호에 커다란 LG전자 광고를 걸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IOC나 국제축구연맹(FIFA) 등은 공식 스폰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앰부시 마케팅을 막는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단속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300명에 달하는 ‘브랜드 경찰’까지 동원했다. 걸리면 최소 2만파운드(약 3500만원)의 벌금도 내야 한다.
하지만 앰부시 마케팅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워낙 교묘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마이클 펠프스나 샤라포바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생활을 언급하는 척하면서 호텔과 샴푸명을 드러내는 식으로 개인 후원사를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 장면과 함께 앰부시 마케팅을 둘러싼 기업들과 IOC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