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일제히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제살 깎기’식 과당 경쟁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실제 수익률을 들여다보면 공사가 완공될 무렵에는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수주 목표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올해 초 국내 31개 중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수주 목표액’에 따르면 해외 수주 목표치는 75조7131억원으로, 작년(45조8978억원)보다 65%나 많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 등 국내에서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전문 경영인 체제의 건설사들이 임기 내에 수주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수주 목표액이 크게 올라가면서 과열경쟁에 따른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중동에서 수주한 일부 물량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1~2위 간 입찰가격의 차이가 최대 20~30%까지 나는 등 ‘덤핑 수주’를 넘어 ‘출혈 수주’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가 무리한 조건을 제시해 수주한 현장의 경우 당초 예상 수주금액의 절반 수준에 계약을 마친 곳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발주처들도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 행태를 악용해 입찰조건에 부속건물을 무상으로 지어달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내거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해외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도 가속화되고 있어 무리한 저가 수주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일본과 중국 업체는 물론 최근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의 건설사들도 눈높이를 낮춰 종전에 비해 저가입찰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수주한 일부 물량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저가입찰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덤핑수주를 막기 위한 업계의 자정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가·출혈 수주는 정부마저 우려할 정도로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지난해 말에 열린 해외건설협회 주최 ‘해외건설기업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가 끝나고 “(정부도) 대안을 찾아보겠으나 업체들도 출혈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