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치권이 추진 중인 순환출자 규제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6일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환출자 금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라며 “투자 위축, 일자리 창출 저해 등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 도입을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은 지난 5일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3호 법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배 본부장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출자 구조를 규제하면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환출자 지분을 계열사나 우호적인 기업이 인수하면 인수 금액만큼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20.78%를 해소하려면 10조7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배 본부장은 정치권이 순환출제 규제 근거로 제시한 가공(架空)자본 형성과 이에 따른 소유·지배 괴리 현상은 순환출자 여부에 관계없이 법인 간 출자 때 늘 발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순환출자 구조가 있는 기업집단의 가공자본 비율과 순환출자 구조가 없는 기업집단의 가공자본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도 순환출자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 규제보다 사후 감시·감독이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낫다는 게 일관된 기조”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등 경쟁 제한 행위는 엄벌해야 하지만 그런 행위가 나타나기도 전에 순환출자 금지 같은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동수 공정위원장도 지난달 12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규제보다는 대기업 집단이 중소기업과 공생 발전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순환출자 금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현석/주용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