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치권의 순환출자 규제 움직임에 부정적인 이유는 ‘순환출자 규제가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순환출자를 규제하려는 목적은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집단(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순환출자 규제만으로는 이 같은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논리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유-지배 괴리 문제는 순환출자는 물론 계열식 출자, 지주회사식 출자 등 모든 다단계 출자에서 발생한다”며 “다른 형태의 계열사 출자를 규제하지 못하면 소유-지배 괴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느라 신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공정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 경제연구소는 순환출자가 존재하는 그룹 15곳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매각해야 할 지분 가치를 9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식 매입,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 상승 등 간접 비용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체에 손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 경우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