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회사채 발행 패턴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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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받던 소형사 입지 좁아져
▶마켓인사이트 8월6일 오전 6시14분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단순 인수업무만을 수행하는 이른바 ‘인수단’이 사라지는 추세다. 그동안 기업들은 증권신고서 작성이나 인수 등 발행업무 전반을 주도하는 대표주관사와 함께 일정 수수료만 받고 인수만 책임지는 인수단을 구성해 회사채를 발행해 왔지만 이런 관행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올 들어 수요예측 도입 등 회사채 발행 제도 개편으로 대표주관사의 역할이 커진 반면 인수단이 하는 업무는 줄어든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인수단 없는 회사채 발행 속출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지난달 이후 몇몇 증권사만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뒤 별도의 인수단을 구성하지 않은 채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달 중 최대 5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 에쓰오일은 최근 KDB대우 한국투자 KB투자 등 3개 증권사를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들 3개 증권사는 인수단을 구성하지 않고 에쓰오일이 발행하게 될 회사채 전액을 인수할 계획이다.
7일 7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롯데쇼핑도 마찬가지다. KDB대우 한국투자 KB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 등 5개의 공동 대표주관사들은 인수단 없이 7800억원 전액을 분담해 인수한다. 최근 남동발전의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도 KDB대우 한국투자 KB투자 대신 등 4개의 대표주관사들이 발행액 전액을 인수했다.
발행액이 수백억~1000억원대인 소규모 회사채 발행은 단일 대표주관사가 인수단 없이 단독으로 발행액 전체를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1000억원ㆍ대표주관사 현대증권), 한솔테크닉스(500억원ㆍ키움증권), 대한유화(500억원ㆍ우리투자증권), 롯데정보통신(300억원ㆍ신한금융투자), 세아특수강(300억원ㆍ하나대투증권) 등은 대표주관사가 단독으로 회사채 전액을 인수했다.
◆“중소형사 입지 갈수록 축소 전망”
대표주관사들이 별도 인수단 없이 주관부터 인수 업무까지 전담하는 추세는 올 들어 시작된 회사채 발행 제도 변화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회사채 발행 기업에 대한 대표주관사의 실사 의무가 강화됐고, 지난 4월부터는 수요예측 제도도 도입됐다. 이로 인해 기업실사부터 인수계약서 작성, 증권신고서 작성, 수요예측 참여 권유 및 실시, 청약 등 회사채 발행 전반에 걸쳐 대표주관사의 업무는 급증한 반면 인수단이 하는 일은 사실상 사라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은 공동 대표주관사가 돼 실사, 증권신고서 작성, 수요예측 등을 나눠 맡아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도 궁극적으로 인수까지 전담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표주관보다는 인수단 역할에 치중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각자의 특화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형사나 다른 중소형사들과 손잡고 공동 대표주관 업무를 따내지 못하면 앞으로 더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