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2분기 순이익이 31억1000만달러(주당 1.882달러)로 작년 동기의 34억2000만달러(주당 2.072달러)에 비해 9% 줄었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분기 이익이 줄어든 것은 버핏이 주도하는 파생상품 투자가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버핏은 주식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미국·유럽·일본 증시와 관련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이들 계약은 2018년 만기가 돌아오는데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이 증가한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 부문에서의 손실은 지난 2분기 11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억7100만달러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일부 투자항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37억2000만달러(주당 2.25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1.777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벅셔해서웨이의 실적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2분기 보유한 현금이 407억달러로 올초보다 9%가량 늘었다는 것이다. 버핏은 그동안 시장 상황에 크게 상관없이 공격적 투자를 해왔다. 작년에는 “불확실성을 겁먹지 말라”며 “코끼리를 사냥하는 총이 장전됐으며 손가락이 근질거린다”고 말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예고했다. 그랬던 버핏이 현금 보유를 오히려 늘린 것은 최근 시장 상황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에 어렵다는 것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벅셔해서웨이가 미국 지방채에 대한 투자금액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벅셔해서웨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장부상 가치로 82억5000만달러에 해당하는 지방채 투자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는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한 지방채 규모 160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액수다.

지난달 스톡튼, 샌버나디노 등 지방 대도시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방채 투자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벅셔해서웨이의 나머지 지방채 투자 계약은 2019년부터 2054년까지 만기가 돌아온다.

버핏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스톡튼, 샌버나디노와 같은 지방 대도시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파산이 오명’이라는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지방 정부의 파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