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화장품 글로벌 1위 브랜드인 미국 맥(MAC)이 연말 한정판 화장품 ‘홀리데이 컬렉션’(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내놓는 한정판)을 시작으로 맥코리아와 공동개발 작업에 본격 나선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식 메이크업이 각광을 받자 1년에 한두 번씩 내놓던 ‘메이드 바이 코리아’(한국에서 제안해 생산한 제품) 제품을 연중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들이 한국식 화장품을 따라 만든 적은 많지만 한국 개발팀과 손잡고 전 세계 동시 판매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개발팀과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닉 가브렐리스 맥 제품개발부 페이스 담당 부회장은 2일 “세계 모든 브랜드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조사하기 위해 왔다”며 “한국 여성들의 앞서가는 패션감각과 메이크업 노하우는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브렐리스 부회장은 “한국 개발팀의 아이디어였던 비비크림은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제품을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방안 등을 한국 팀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91년부터 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근무하면서 압축파우더, 파운데이션 등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 개발을 담당해왔다. 2010년엔 한국식 화장품의 대표 격인 비비크림을 글로벌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출시했다. 한국과 미국의 면세점용으로 내놨다가 초기 물량이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자 작년부터 전 세계 매장에 선보였다.

한국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를 수용한 이도 그였다. 가브렐리스 부회장은 “6년 전 한국 지사에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3가지 색상의 프라이머(메이크업베이스)’를 만들어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해 본사에서 개발했는데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제품을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이 비비크림”이라며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자연스럽게 피부 결점을 가려주는 덕분에 전 세계 모델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방한한 니콜 매슨 맥 제품개발부 색조 담당 부회장은 한국지사에서 제안한 립스틱을 만든 적이 있다. 매슨 부회장은 “한국 여성들을 위해 한국 개발팀에서 개발한 립스틱 제품들(쉰수프림 립스틱 코리안 셰이드)은 태닝한 피부톤의 미국 캘리포니아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매슨 부회장은 지난 14년 동안 700여개의 컬렉션을 만들었는데 제품 종류만 3000개가 넘는다. 20여종의 제품으로 구성된 한정판 컬렉션을 매달 3~4개씩 내놓은 결과다. 그는 “이 중 99%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고 1%는 고객의 요청으로 다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지사와 공동 개발할 제품에 대해 매슨 부회장은 “얼굴에 음영을 주는 제품과 화사하게 보일 수 있는 색조 화장품이 트렌드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블러셔, 아이섀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브렐리스 부회장도 “기존의 한국식 비비크림을 업그레이드해 전 세계 메이크업 트렌드를 주도할 제품으로 내놓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