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자페르 차을라얀 터키 경제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기본협정 및 상품무역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협정 발효는 국회 비준을 거쳐 이르면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협정은 FTA를 구성하는 상품, 서비스·투자 부문 중 상품 부문에 국한된다. 정부는 협정 발효 후 1년 이내에 나머지 서비스·투자 부문에 대한 협상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이날 파룩 첼릭 터키 노동사회보장부 장관과 사회보장협정에도 서명했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터키에 체류하는 한국 근로자들은 최대 5년간 터키의 사회보험 가입의무가 면제된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보험료 부담 감소액은 연간 30억원가량에 이른다.

박 본부장은 인사말에서 “한·터키 FTA는 양국 간 경제·통상관계를 제도적으로 묶어주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양국 간 교역이 2~3년 내 100억달러에 이어 200억달러까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늦어도 내년 1월1일에는 공식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을라얀 장관은 “한국과의 FTA는 터키가 맺은 FTA 가운데서도 가장 의미있는 것 중 하나”라며 “양국이 역사적·경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당시 문제가 됐던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차을라얀 장관은 “한국의 터키산(産) 수입이 너무 적고 터키 내 한국 기업이 투자한 액수도 상당히 작다”면서도 “FTA체결 이후 무역규모와 현지 한국 기업의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이나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명으로 터키는 우리나라가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 인도 미국 유럽연합(EU) 페루에 이어 9번째로 FTA 정식서명을 한 국가가 됐다. 터키는 우리나라가 46번째다.

터키는 인구 7370만명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다. 통상교섭본부 측은 “한·터키 FTA 체결이 우리나라가 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