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 문학의 대작인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오브리-머튜린 시리즈’에서 취재한 피터 위어의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2003·사진)는 같은 해 개봉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 눌려 기대만큼의 각광은 받지 못했지만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영국 해군과 갈라파고스 제도라는 독특한 배경을 내세운 해양영화다. 그런데 한편으론 훌륭한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전함 서프라이즈의 오브리 함장과 그의 친구이자 선의(船醫)인 머튜린 박사가 바이올린과 첼로를 선상에서 연주하며 우의를 다지는 장면이 수차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말미를 장식하는 루이지 보케리니의 ‘마드리드 거리의 밤의 음악’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바다에서 희생된 용사들을 기릴 때 삽입된 랄프 본 윌리엄스의 ‘토머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도 감동적이다. 한여름에 품격 있게 볼 만한 수작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