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 영창뮤직 등 국내 양대 악기업체들이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피아노 중심에서 벗어나 기타, 전자악기 등 실용악기 사업을 강화하며 ‘종합악기업체’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경기침체 여파로 피아노 수요가 급감하자 전자악기 기타 등 실용악기 비중을 늘리는 사업재편과 해외시장 공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피아노 생산은 2007년 1만344대였으나 2010년엔 2495대로 급감했다.

영창뮤직은 지난 26일 ‘CCC(Close to the Customer with applied musiC)’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 CCC정책은 피아노 대신 기타나 전자악기 등 실용악기에 대해 판촉활동을 늘리고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영창은 이를 위해 전국 90여곳 피아노 대리점 중 30곳을 실용음악 전문 판매점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매장 인테리어도 관현악기와 전자악기가 고객 눈에 잘 띄도록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영창은 또 온라인 유통망 확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8월엔 온라인 신세계몰에 실용악기 제품들을 다량 입점시킬 예정이다. 홈쇼핑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현대홈쇼핑에서 유명 기타리스트이자 ‘백두산’ 멤버인 김도균 씨를 내세워 어쿠스틱 기타를 판매하기도 했다.

영창은 전자악기가 피아노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CCC’ 정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영창뮤직 국내영업 본부장은 “올 1분기 피아노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8.3%포인트 떨어진 반면 전자악기 매출 비중은 18%포인트가량 증가했다“며 “실용음악 악기 분야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주력으로 삼던 삼익악기도 기타 등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2008년까지 피아노 매출 비중이 기타의 2배 정도였지만 지금은 기타와 피아노 비중이 비슷하다.

삼익은 기타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 기타 제조업체 3곳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양대 악기업체들이 탈(脫) 피아노 전선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저가 공세 탓이 크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악기를 보는 사회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엔 피아노가 자녀교육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었지만 이젠 고가의 피아노 대신 기타 트럼펫 등 다른 악기들을 가르치려는 부모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시대흐름이 악기업체들의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시장이 급류를 타면서 국내 악기업체들은 신흥 부자가 늘고 있는 중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영창뮤직은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 2010년 13% 수준이던 중국시장 점유율을 작년 30%까지 끌어올렸다. 대도시 중심으로 180여곳 대리점을 운영하는 삼익악기는 이를 중·소도시까지 확대, 올해 중 250여개로 늘릴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