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쇼크’ 그 자체였다. 2분기 성장률은 0.4%(전기 대비)로 1분기(0.9%)의 반 토막에 그쳤다. 가장 비관적인 시장 전망치가 0.5%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기획재정부 고위 인사는 “설마 설마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전망치와 실제치의 간격은 고작 0.1%포인트였지만, 이 차이가 민간부문에 가한 심리적 타격은 컸다. 우리 경제가 기조적으로 2%대 저성장국면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까지 급속도로 나빠진다면 투자 고용 등과 같은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세한 수치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민간부문과 달리 정치권은 발등에 떨어진 대선게임에 여념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전망치가 떨어지고 실제 수치는 그보다 더 곤두박질치는데도 여전히 경제 민주화나 복지 아젠다에 함몰돼 있다. 추락하는 성장률, 사라지는 성장동력을 걱정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저성장 국면으로 세입이 줄어들면 무슨 돈으로 복지를 하고 공생발전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너무도 손쉬운 대답만 준비해놓고 있다. 부자·대기업 증세다. 부자와 빈자의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투다.

이런 정치인들은 성장률이 2.9%든 3.0%든 국민복리에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에는 정치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급반전이 없다. 드라마틱한 승부수도 먹히지 않는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천천히, 야금야금 추세를 따라 흘러간다. 그렇게 0.1%포인트씩 계속 후퇴하기 시작하면 그게 곧 장기불황의 출발이요, 경제위기의 전조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반에 ‘공정사회’ 구호를 들고나올 수 있었던 것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황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생존게임에 들어가는 순간, 정치가 경제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정치가 경제와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들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대선 전에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서정환 경제부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