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안 들여다 보니…정부 세제개편에도 결국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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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최저한세율 1%P 올려…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고소득자에 세금 더 걷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고소득자에 세금 더 걷어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그동안 정치권 등이 강하게 요구해온 ‘경제민주화 세제’로 귀결됐다. 대기업 최저한세율이 1%포인트 오르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고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다음달 8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동안 제기한 세제 관련 주요 이슈 중 80% 이상을 반영했다”며 “8월 초에 최종 완성해 다음달 정기국회 때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고소득자에 높은 부담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높이는 내용을 넣었다. 최저한세율은 각종 비과세·감면 조치로 세금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2년 도입한 제도로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돼 있다. 대기업의 경우 과세표준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14%, 과표 100억~1000억원은 11%, 100억원 이하 10%이며, 중소기업은 일괄적으로 7%를 적용한다. 정부안에는 최저한세율 14%는 15%로, 11%는 12%로 1%포인트씩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1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지만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실제 내는 세금은 12%에 그칠 수 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는 최저한세율을 적용해 14%의 세율을 부과했지만 이를 15%로 올린다는 뜻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최저한세율에는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도 ‘현행 3% 이상 대주주’에서 더 많은 세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과세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 문제도 현행 비과세에서 단계적 과세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법 개정안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인 소득세율 과표구간 조정도 고소득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걷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정부는 다만 논란이 일었던 법인세율은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사용자 세제 지원 축소
정부는 은퇴자, 자영업자, 서민,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강화하기로 했다. 세원 투명성 등을 위해 적극 사용을 권장했던 신용카드의 경우 당초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데다 최근엔 무분별한 발급으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신 직불카드에 대한 소득공제는 확대하기로 했다.
또 퇴직시 일시금 대신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연금소득 600만원까지만 분리과세를 인정해 소득의 5%만 원천징수한다. 600만원을 넘는 금액은 종합과세 대상이다. 반면 퇴직금에 대해서는 전액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금 전환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내년 가입자부터 없애는 등 비과세·감면 조치에 대한 정비에도 나섰다. 비과세·감면 남발을 막기 위해 부처별 감면 한도액도 사전에 정해주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성과 관리를 강화해 평가 결과가 나쁜 감면 제도를 우선적으로 축소·폐지하는 등 조세 감면의 남용을 사전에 막고 사후관리를 내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