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로 불려온 영국령 케이맨군도가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직접세를 물리기로 했다. 외국 금융사들이 세금을 피해 케이맨군도를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키바 부시 케이맨군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연간 2만4000달러(약 2700만원) 이상을 버는 모든 외국인에게 ‘공동체 발전 수수료’ 명목으로 10%의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시 총리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이 방법이 케이맨군도에 그나마 부담이 덜 되는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맨군도는 세계 헤지펀드의 본거지이자 슈퍼리치들이 자산을 숨겨놓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직접세로 늘어나는 세수가 재정적자 해소에 충분치 않은 데다가 외국 기업들의 이주만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세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직접세를 부과하면 국제 금융회사들이 케이맨군도 밖으로 사업체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기업들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버뮤다제도, 아일랜드, 캐나다 등으로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이맨군도 금융협회도 “지출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며 “대의 없는 과세”라고 비난했다. 케이맨군도의 금융사들은 30일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