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라는 한자의 어원은 사뭇 흥미롭다. 중국의 미학자인 주조도(周釣韜)에 따르면 미는 양(羊)과 사람(大·‘큰 대’는 원래 사람을 뜻했다)의 결합으로 사람이 양을 이고 있는 모습이다. 양은 원시 유목민에게 고기와 젖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추위를 막아주는 가죽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이들은 양이나 다른 짐승을 붙잡기 위해 양의 머리를 잘라 머리 위에 쓰곤 했는데 그 모습이 바로 ‘아름다울 미’자의 기원이 됐다는 것이다.

원시사회의 유목민은 양을 비롯한 짐승에 의존해 살아갔기 때문에 그들을 사랑하고 찬미했다. 그런 만큼 유목민들에게 있어 양은 곧 공리적인 아름다움의 대상이었다. 나중에 ‘미’는 본래의 의미를 떠나 양과는 무관하게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뜻하는 글자로 그 의미를 확대해 나갔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는 재산목록 1호로서의 양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유목민에게 있어 양은 여전히 공리적인 아름다움의 대상이다. 네이멍구 자치구의 평원에서 양떼를 모는 유목민에게 양은 삶의 전부다. 그들은 과연 알까. 양떼를 모는 자신들의 모습이 심미적 아름다움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