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입학했다가 중도 포기하고 떠나는 학생이 지난해 3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재학생 중 이탈 학생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자사고에서 이탈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성취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고 학비도 비싼 반면 학생 선발 기준은 엄격하지 않아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 가운데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진학에 유리한 학교’라는 막연한 기대로 특목고와 자사고를 고르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학교인지를 잘 따져서 학교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이탈률 처음으로 3% 돌파

26일 한국경제신문과 교육정보업체 하늘교육이 학교정보공시를 통해 공동 조사한 ‘2008~2011년 특목고·자사고 학업중단율 분석’에 따르면 작년 특목고와 자사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전출) 검정고시 등을 보기 위해 자퇴(학업 중단)한 ‘이탈 학생’ 수는 총 2936명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특수목적 중학교인 국제중 이탈 64명을 더하면 한 해 동안 ‘입시 특화학교’를 떠난 학생은 총 3000명이 된다.

총 재학생 8만7944명 중 3.4%에 달한다. 이탈 학생 수는 2008년 2264명(2.6%), 2009년 2555명(2.8%), 2010년 2592명(2.9%)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 종류별 이탈 비율은 서울 지역의 자사고가 4.2%로 가장 높았고 국제고 4.1%, 지방 자사고 3.2%, 민족사관고·하나고 등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옛 자립형사립고) 3.1%, 외국어고 2.8%, 과학고 1.1%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 “간섭 줄이고 지원 늘려달라”

이탈자 증가 현상은 지역단위 모집 자사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울지역 자사고는 이탈률이 2010년 3.4%에서 작년 4.2%로 급등했다. 작년 이탈률 1위 미림여고는 10%에 달했다. 전교생 1018명 중 102명이 학교를 떠난 것이다.

우신고(7.2%) 용문고(7.0%) 장훈고(6.5%) 등도 이탈 학생이 많았다.

전국 단위 자사고도 이탈률이 2008년 1.4%에서 2010년 2.7%, 작년 3.1%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탈률 상승 현상은 선발 방식과 실제 학교 분위기, 비싼 학비 등의 부조화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30%(서울은 50%) 이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에 의해 선발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 입학생의 중학교 내신 평균은 상위 22%인데 학교를 이탈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는 내신 30~50% 사이에 있던 학생들로 조사됐다”며 “빡빡한 교육과정을 따라잡기 힘든데다 연간 500만원 이상의 등록금 부담도 겹쳐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일선 자사고에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없는데다 학생 선발은 틀에 묶여 자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상재 미림여고 교감은 “수업 시간 등 학교 운영은 교육청에서 일일이 간섭하는 반면 자사고라는 이유로 행정 직원이나 상담 교사 지원은 전혀 없다”며 “재정 지원을 늘려주면 이탈 학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