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임위원회가 열린 25일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여야는 상임위별로 현안을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조차 없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상임위 현안이 집권 초반 국정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초전인 셈이다.

이날 국회에선 법제사법위를 비롯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기획재정위 교육과학기술위 지식경제위 환경노동위 국토해양위 등 13개 상임위가 전체회의를 열었다.

법사위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새누리당은 이날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저축은행 비리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법사위 퇴출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법무부 등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법사위 소속이다.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강 의장을 찾아가 “박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자신이 수사받는 내용에 대해 ‘유신·조선시대 검찰’이라며 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압박하고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국회 직위를 남용하고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상임위 배정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박 원내대표를 법사위에서 퇴출시키고 교체해 주는 것이 맞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의장이 상임위원 배정을 하지만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의장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며 “민주당의 요청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해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의 ‘난타전’은 오후까지 계속됐다.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도를 넘는 지나친 공방은 자제하고 상대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박 원내대표를 향한 여당 의원들의 비판 자제를 요청했다.

문방위 회의에선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불출석 문제를 놓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의 김 이사장은 MBC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해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이사회 회의를 이유로 불참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여야 의원들에 대한 모독이자 국회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방위원장인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유관 기관의 업무보고 배석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여야 간 싸움이 벌어져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교과위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5·16 쿠데타와 관련,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 게 이슈가 됐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녀야 하는데 정권 논리에 의해 변질됐다”며 “박 후보가 집권하면 또 교과서를 개정하지 않으리란 걱정을 안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유 의원의 문제 제기 자체가 또다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맞받아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