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도 마케팅을 강화해 건전한 매출을 늘리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사진)이 외형 확대도 강조하고 나섰다.

2010년 10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줄곧 수익성 중심의 ‘밸류 게임’에만 집중하다 덩치 위주의 ‘볼륨 게임’도 병행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 부회장은 지난 23일 LG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열린 ‘하반기 글로벌 확대 경영회의’에 참석한 300여명의 임원들에게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럴수록 광고를 늘리고 마케팅도 강화하자”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을 비롯한 각종 경영 지표가 개선되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서는 외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일정한 수익성을 확보했으면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건전한 방향에서 매출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실제 구 부회장이 CEO로 취임한 2010년의 LG전자 영업이익은 17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800억원대로 올라섰고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회사 매출은 2008년 63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부터 55조원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 부회장은 최근 들어 마케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9일 사업본부에 산재해 있던 글로벌 마케팅 전략 부서를 CEO 직속의 글로벌마케팅부문(GMO)으로 통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 부회장은 사업본부별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TV 사업과 가전 사업에서 수년 내 확실한 1위로 올라서도록 하자”고 독려했다. 휴대폰 사업에 대해서는 “제품 경쟁력이 어느 정도 올라선 만큼 제대로 된 스마트폰 하나를 만들어 진정한 턴어라운드를 달성하자”고 했다. LG전자는 매년 1월과 7월 해외 법인장과 국내 전 임원들이 참석하는 글로벌 경영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