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설립된 자율형사립고 등이 올해 입시에 태풍의 핵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외국어고·과학고·자립형사립고 등이 선점해온 상위권 대학 진학에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기숙형고교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서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기숙형고교 등이 내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들 학교는 교과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해 일찌감치 교육경쟁력을 높여왔으며 자율형 사립고는 중학교 내신 30%(서울은 50%) 이내 학생 가운데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으로 우수학생을 확보해왔다.

2009년 지정돼 2010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 자율형사립고는 서울 세화고 등 26곳이며, 자율형공립고는 서울 경동고 등 21곳이다. 교과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학력 향상도 상위 100개 학교 가운데는 자율형공립고가 9.5%, 자율형사립고가 9.3%로 일반고(6.7%)나 특목고(4.8%)보다 많았다.

학력향상도는 당시 고2(현 고3) 학생이 중3 때 학업성취도 점수를 근거로 ‘기대되는 점수’보다 나아진 정도로 자율형사립고가 평균 0.92%, 자율형공립고가 0.42%의 향상도를 기록해 일반계고(0.02%)와 특수목적고(-1.03%)를 크게 앞섰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자율형사립고의 1,2학년 때 모의수능을 분석해보면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이 가능한 수능 2등급 이내 비율이 50%에 달해 학교 형태를 바꾸기 전인 일반고 때의 5%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지난 6월 모의수능에서는 이 비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형공립고 역시 교사의 정기적 인사이동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게 진학지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숙사를 통해 밤 늦도록 학습이 가능한 기숙형 고교의 경우 2008년 82곳이 지정돼 대부분 첫 입학생이 올해 3학년이 됐다. 충북 청원고 등 9곳이 지난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청원고는 수능 평균 354.4점(언어·수리·외국어 표준점수 기준)으로 상위 56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종두 괴산고 교사(3학년 부장)는 “과거에는 성적이 우수한 중학 졸업자들이 대도시로 진학했으나 기숙형 고교 지정 이후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대학 진학 실적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고교 3년간 총 교과 이수 단위의 45% 이상을 영어·과학·수학 등 특정 교과목에 할애할 수 있는 과학중점학교 55곳(141학급)과 영어중점학교(현 창의경영학교 영어모델) 50곳도 올해 첫 대입에 도전해 진학 실적이 좋은 ‘명문고’ 대열에 합류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