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엊그제 청와대 끝장토론에 불참했다고 한다. 장장 600분이나 걸린 토론이었다니 성미 괄괄한 김 위원장이 아니더라도 끝까지 앉아서 자리를 지켜내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금융위원장이 토론에 불참한 것은 아쉬운 점이 많다. 휴가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회의 타이틀이 주는 긴급성이나 엄중함을 생각하면 궁금증도 갖게 된다. 특별히 보고할 것도 없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제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치는 중이고 리보금리 조작사건이나 CD금리 담합 문제가 이슈 중의 이슈인 상황이다. 가계부채 문제도 시한폭탄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의 불참이었다. 무언가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것은 김 위원장이 참석했건 안 했건 결론이 달라질 게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돌아가면서 장황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각각의 시나리오를 몇 건씩 보고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열린 소위 어전회의라고 해서 결코 민간 보고에서 더 깊이, 혹은 멀리 나아갈 것도 없다는 것은 정부 참가자 아닌 민간 참가자들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저 심각한 얼굴로 시간만 죽이는 회의라면 차라리 예정된 휴가를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비상경제회의라는 말이 벌써 몇 해나 간판을 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때문에 비상이라는 말에서 이제는 누구도 긴박함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이런 기분은 국민들이 갖는 보통의 소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