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정위와 금융당국 간의 엇박자 기류에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당국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루머와 추측성 보도만 키우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두 정부 조직의 '건곤일척'의 일대 결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다칠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CD 금리의 담합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정부기관이 조사하는 사안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도를 넘어선' 부적절한 태도인데도 입을 연 것이다.

김 위원장은 CD 금리 담합 여부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리가 자유화돼 있고 자기들(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정할 수 있는 마당에 시장지표를 갖고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은행들이 대출이자를 더 받으려고 마음먹는다면 굳이 CD 금리에 손을 대지 않아도 가산금리를 올려 충분히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공정위의) 조사가 나오는 것을 봐야 한다"며 여지를 두긴 했지만, 사실상 공정위가 금융산업의 특성과 실태를 잘 모른 채 조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지적이 맞다면 공정위는 공연히 시장에 혼란만 일으킨 게 된다.

일단 주도권을 쥔 공정위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사안이 워낙 중대해 섣불리 움직였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동수 위원장은 대정부질문에서 "불과 사나흘밖에 안됐기 때문에 CD 금리의 담합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변을 피했다.

금융회사 한 곳이 자진신고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에 비밀보호 준수 의무가 있다"고 확인을 거부했다. 여론도 우호적인 만큼 조사에만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와 금융당국간의 엇갈린 시각차에 따른 갈등이 불안한 시장 기류를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공정위가 협의 없이 조사에 나선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경우에는 중앙은행이나 금융감독청에서 금리의 적정성에 대해 먼저 논의를 하지, 공정위와 같은 기관에서 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고 대외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단독으로 갑자기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에 대한 전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제도 개선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공정위와 어떤 정보 교류도 없고 진행 사항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어서 아쉽다"고 전했다.

금융당국과 공정위 간의 정보 교류나 의사 소통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CD 담합과 관련된 리니언시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다"며 "공정위가 그런 것을 확인해주는 곳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확인된 것이 거의 없고 언론 보도로만 상황을 파악하다보니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피해 규모와 향후 업계 대응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흉흉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CD 금리에 영향을 받는 국내 은행의 CD 연동 가계대출 규모가 약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CD 금리 파문은 가계대출에 그치지 않고 4500조원 규모의 CD 금리 기초 파생상품 시장에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제소송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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