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전격 조사로 촉발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이 일파만파다. CD 금리는 은행권 대출 324조원의 기준금리이며, CD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은 4500조원이 넘는다. 담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내외 신인도 저하와 대출자들의 집단소송은 물론 파생상품을 둘러싼 국제소송까지 상상을 초월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어떤 식으로 종결되든 신뢰를 먹고사는 금융시장에는 치명적인 타격일 수밖에 없다.

CD 금리 담합 의혹은 진작부터 제기돼온 문제다. 금리 변동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는 은행들이 금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인 탓이다. 금리결정자와 이해당사자가 동일인이란 점에서 영국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파문과 다를 바 없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여파로 CD 금리가 연 6%까지 치솟자 대출금리 급등이 부담스러웠던 금융당국이 개입해 연 3%대로 낮춘 적도 있다. 시장 거래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금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선례다. 더구나 CD 발행·거래액이 동시에 줄면서 몇몇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인위적인 조정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CD 거래액이 2008년 224조원에서 지난해 54조원으로 급감, 대출 기준금리로서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금융당국은 손만 대다 말았을 뿐이다.

결국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금융당국의 무책임과 방조,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공정위의 과잉 대응이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본다. 금리결정권을 가진 한은과 감독권을 쥔 금융위·금감원은 두 손 놓고 있었다. 금융당국에 원죄가 있기에 은행들의 부당한 초과이자 수취분에 대해선 국가도 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정위가 금융당국과 후폭풍에 대한 조율도 없이 지르고 나선 것도 책임있는 정부 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영역을 금융시장으로까지 확대하려는 한탕주의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국내 모든 금리는 한은이 매달 결정하는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지정 금리 체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연동된 ‘관제(官製)금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종종 여수신 전쟁을 벌인다고 떠벌리지만 실효 경쟁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금융산업이 면허사업이자 고도로 통제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순응 조치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이뤄진다. 이런 것을 모두 담합으로 본다면 자유로울 금융사는 없다.

공정위는 한 건 잡았다고 자위하기 전에 금융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금리 조작에 대한 정의부터 내렸어야 했다. 정부정책도 공정거래 감시대상인지, 각 부처에 감독기능이 있을 땐 공정위가 손 떼야 하는지도 미리 정리됐어야 할 문제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선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