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중국 안후이성의 곤륜산은 신선의 무대였다. ‘산해경(山海經)’에 따르면 이곳에는 천제(天帝)가 하늘 아래 건설한 도읍이 있었고, ‘회남자(淮南子)’의 저자는 이곳에 영생불사의 신령스러운 세계가 있다고 기록했다. 또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불사의 나무가 자란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춘추전국시대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곤륜산은 의지할 곳을 잃은 민초들의 정신적 도피처로 자리잡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 신령스러운 산은 온통 노란 빛깔로 물든다. 설선(雪線) 바로 아래 해발 3000m 부근 산허리를 휘감으며 들국화가 거대한 띠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곳의 들국화를 말려 우린 국화차가 다른 어느 곳에서 생산된 것보다 원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전설의 시대가 가고 이성의 시대가 왔지만 오랜 세월 신선들이 쌓아놓은 신령스러운 기운이 여전히 곤륜산에 서려 있는 모양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