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에는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른다’는 말이 나온다. 비워야 채우고, 떠나야 얻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경영 일선에서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말이겠지만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여름휴가는 분명 소중한 시간이다.

바쁜데 휴가 갈 시간이 어딨느냐고 반문하는 CEO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책 속에 있는 세계로 뛰어들어도 좋지 않을까.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올여름 휴가 때 CEO들이 읽어야 할 책들을 선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추천도서 중에서는 《디맨드》《멀티플라이어》《생각에 관한 생각》이 눈에 띈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디맨드》의 부제는 ‘세상의 수요를 미리 알아챈 사람들’이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원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CEO로서 그만큼 신나는 일도 없다. 피터 드러커, 잭 웰치 등과 함께 미국 경제전문지 ‘인더스트리 위크’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6인에 선정한 저자가 전작의 교훈들을 재정리했다. 그는 기존 제품의 결함을 바로잡는 것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 소비자가 관성, 의심, 습관, 무관심을 넘어설 수 있는 ‘방아쇠’를 찾아내는 것도 수요를 만들어내는 열쇠다.

《멀티플라이어》는 ‘곱하는 사람’이다. 즉,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최고로 끌어올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리더다. 조직을 ‘10+10’이 아니라 ‘10×10’으로 만드는 사람이 ‘멀티플라이어’다. 저자 리즈 와이즈먼은 글로벌 기업 35개 150명 이상의 임원을 20년 동안 연구하고 멀티플라이어의 존재를 밝히고 그들의 특성 5가지를 뽑아냈다.

멀티플라이어는 ‘재능자석’ ‘해방자’ ‘도전자’ ‘토론주최자’ ‘투자자’처럼 행동한다. 재능 있는 사람을 모으고 그들에게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토론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

그는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삼성, LG,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을 향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에서 잘 작동하던 ‘위로부터 아래로의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조언한다. 현지 시장과 고객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현지 인력이 가진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멀티플라이어가 되지 않으면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천 도서 중에서는 《지식의 탄생》《넥스트 컨버전스》 등이 눈에 띈다.

《지식의 탄생》은 폴 새뮤얼슨, 제임스 뷰캐넌 등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10명의 경제학자를 인터뷰한 책이다. 그들의 경제학으로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개인의 역사와 환경에 집중하기 때문에 휴가 때 읽기에 알맞다.

두 연구소는 이 밖에도 《러쉬》《책은 도끼다》《보이지 않는 지능》 등의 도서를 추천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