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산차의 르노삼성 위탁생산 車에 업계 촉각

'코스트 커터(비용 절감기)' 카를로스 곤이 위기에 처한 르노삼성자동차를 구원할까?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사진)은 20일 한국을 찾아 판매 부진에 빠진 르노삼성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곤 회장은 이날 오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기흥연구소를 둘러보고 곧바로 오후 5시30분께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지난달 27일 르노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한국을 다녀간 지 불과 한달만이다.

곤 회장 방한의 핵심 쟁점은 '르노삼성의 그룹 내 제 역할 찾아주기'로 요약된다. 지난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닛산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닛산차를 위탁 생산할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 해당 차종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탁 생산차의 물량이 연간 수만대 규모이며, 닛산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일부 중·대형차를 맡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로 판매 물량을 늘리고 있는 닛산이 생산량 부족 해소를 위해 현재 가동률이 떨어진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수출차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만드는 전략이다. 닛산으로선 한국이 유럽연합(EU)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데다 원화 약세로 자동차 수출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닛산의 수입·판매사인 한국닛산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언급한 차급에선 무라노, 로그 등 SUV 2개 모델과 알티마 1개 차종을 팔고 있다. 만일 로그나 무라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다면 한국닛산의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고용 안정과 투자 확대 차원에서 부산공장에 신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곤 회장 측으로부터 전해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면서 "향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닛산 차량의 모델과 생산량 등은 간담회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곤 회장은 1박2일간의 짧은 일정 동안 한국닛산과는 별다른 접촉이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곤 회장의 이번 방한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한국을 찾는 것" 이라며 "켄지 나이토 사장과의 미팅은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르노삼성의 국내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8% 급감한 8만3062대에 그쳤다. 판매는 줄고 재고는 쌓여 수 차례 부산공장의 조업이 중단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곤 회장은 13년 전 파산 직전이던 닛산차를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으로 재건해내 혁신적 리더십을 공인 받았다. 이번 곤 회장의 방한은 2008년 2월 삼성그룹과 브랜드 사용기간 연장 합의 등을 위해 다녀간지 4년5개월 만이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