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민주화 논란과 관련,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1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3박4일 일정으로 개막한 ‘제3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대기업 질타로 들려선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을 질타해 위축시키기보다는 격려해 더 뛰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경제원칙의 예외로 규제와 조정을 늘리는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들도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나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는 복지확대 공약에 대해서는 ‘균형’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확대는 국가채무 증대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문에 대한 정부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성장잠재력은 더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20일 예고된 금속노조 2차 총파업과 다음달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관계 안정과 노동유연성 제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손 회장은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제도는 이미 현장에서 잘 정착되고 있어 노동법 재개정 요구는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비정규직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일자리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주장에 대해서는 “기업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세금을 올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세계 각국은 기업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인세율 인하가 세수를 줄인다는 걱정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여 세수확대에 도움이 된다”며 “가업상속 역시 부의 대물림 차원이 아닌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수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큰 건설경기를 회복시키고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 회장은 “분양가상한제·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작년 말 종료된 취득세 50% 감면혜택은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산업 규제에 대해서는 “의료, 관광, 교육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투자와 고용이 활발히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회장은 “어둠이 오면 머지않아 새벽이 오는 것처럼 경제도 어려움이 왔으면 반드시 밝은 날이 왔던 것이 역사의 경험”이라며 “힘을 합쳐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