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회사를 상장폐지시키고 투자자에게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코스닥 상장사 전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주원)는 17일 “100억원대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투미비티 전 대표 안모씨(45)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2008년 8월부터 2011년까지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 서모씨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 소재 광산 및 부동산 컨설팅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다는 명목으로 회사 자금 24억원을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에 입금시키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12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 11월 사채 빚을 진 신모씨의 지시를 받아 사채업자에게 회사 명의로 15억5000만원을 차용했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기간이 명시된 차용증)를 작성, 이듬해 7월 사채업자가 회사에게서 16억5000만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도 있다. 이와함께 2008년 10월 서씨와 함께 13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사채업자로부터 130억원을 빌려 회사의 주금납입 계좌에 입금한 뒤 유상증자 대금으로 입금된 130억원을 수표로 인출, 사채업자에게 반환하는 등 주금납입을 가장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해외에 설립한 유령회사와 지분취득 양해각서를 작성해 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말했다. 횡령자금 중 100억원 상당은 실질 경영자 서씨의 개인 빚을 갚는데, 나머지는 공범의 개인주식 매입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씨는 또 회사를 인수하기 전 안고 있던 개인 사채 빚을 안씨로 하여금 회사에 떠넘기게 해 16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 횡령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투미비티는 서씨가 사들인 지 2년여 만인 2010년 9월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14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