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17일 북한 이영호 총참모장 해임과 관련, “정치적 숙청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영호가 타 부처 업무에 간섭하는 등 갈등을 일으키고, 군 인사·통제권을 두고 최용해 총정치국장과 마찰을 빚자 해임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용해가 내사를 주도해 이영호의 비리를 적발, 숙청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북한은 이영호 해임 발표 하루 만인 이날 현영철 대장을 차수로 승진시키면서 군부 재편이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군, 극단적 선택 가능성

우리 당국자들은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 강화를 위해 군부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한 당국자는 “ 당 관료 출신인 최용해의 총정치국장 임명과 군의 외화벌이 기구의 내각 이관,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감소 등에서 ‘군부 힘빼기’ 작업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강화에 잠재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신군부 세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조치”라며 “당 정치국 회의 명의로 당직을 해임한 것은 당의 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이 2009년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최근까지 20여명에 달하는 고위 간부들이 이영호와 같은 운명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영호 해임은 북한 권력층 내부의 맹목적 충성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장기적으로 복지부동에 따른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려는 대담하고 대대적인 인적 개편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영호의 해임에 불만을 품은 군부 세력이 수세 국면을 탈피한 후 반격을 시도하면 심각한 정치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누구보다 신변 불안감을 크게 느낄 것이며 군부 내 소장파들을 결집시켜 돌출 행동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우리 당국의 분석이다.

◆군 세대교체 급물살

이영호 해임 사건은 김정은 체제에서 누가 실세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차수로 승진한 현영철이 이영호 총참모장 후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총참모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분석했다. 현영철은 59세로 이영호보다 열살 젊다. 출생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 후계 구도가 가시화한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됐고 2010년 11월 조명록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12월 김정일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등에 이름을 올린 점으로 미뤄 김정은 측근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현영철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수비를 담당하는 8군단장을 맡고 있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세대교체를 통해 김정은 측근 세력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영호를 몰아내는 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최용해는 김일성과 동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김정일이 생전에 최용해를 친동생처럼 돌봤다고 한다. 그는 황해북도당위원회 책임비서를 지내다 2010년 노동당 비서로 발탁됐으며 정치국 상임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요직을 맡고 있다.

홍영식/조수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