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D-9…"金만 대접받는 풍토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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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리스트에게 듣는다 (下) - 한국 체육계의 변화
지금은 과학적 훈련받고 체격 조건도 좋아졌지만 근성은 예전보다 떨어져
지금은 과학적 훈련받고 체격 조건도 좋아졌지만 근성은 예전보다 떨어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귀국했을 때 입국장에서 ‘금메달은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 분들은 좌우로 흩어져서 빠져나가시면 됩니다’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친구들과 함께 섭섭함을 토로하며 쓸쓸하게 입국장을 빠져나왔죠.”(이동수 한국체육대 배드민턴 지도자)
올림픽 스타들도 아쉬웠던 기억을 갖고 있다. 안한봉 김영호 이봉주 이동수 이배영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 5명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체육계에 불고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회=금메달만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많이 완화된 것 같나.
▷이동수=2000년과 2004년에 은메달만 2개 땄는데 귀국할 때 금메달만 주목받아 섭섭했다. 지도자 입장이 돼보니 좀 이해되지만 장기적으론 메달 하나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김영호=은·동메달 딴 선수에게 시상대에서 고개 들라고 하는데 금메달만 주목하는 분위기가 바뀌려면 아직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이봉주=선수 자신도 당당해야 한다. 애틀랜타올림픽 때 은메달 딴 뒤 당당하게 태극기 들고 주경기장을 돌았다. 올림픽 메달은 아무나 딸 수 없는 것이다. 금메달과 은메달은 백지장 하나 차이다. 선수들이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신세대 선수들은 어떻게 변했나.
▷이동수=배드민턴 훈련 때 카메라를 이용한 비디오 분석 등이 도입되면서 훈련이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김영호=예전엔 훈련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는데 과학적인 게 많이 도입됐다. 요즘 선수들 스텝이나 순발력이 우리보다 향상됐다. 하지만 정신력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이봉주=마라톤도 최근 고지 훈련을 많이 한다. 그런데도 후배들이 신기록을 못 내는 것은 체격면에서는 좋아졌지만 정신력은 선배들을 못 따라 오는 것 같다. 옛날엔 환경이 안 좋아도 해내겠다는 의지나 경쟁의식이 강했다. 예전에 비해 모든 게 풍족하다 보니 불만이 많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국가대표 선수들의 처우는 어떤가.
▷안한봉=더 향상돼야 한다. 힘든 훈련 이겨내며 받는 수당이 80만원 정도다. 10만원이었던 1990년대에서 나아진 게 이 정도다.
▷이배영=국가대표 선수들은 결혼하면 운동과 가족을 사이에 두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베이징올림픽 때 아이가 있었는데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집중하느라 집엘 가지 못했다. 가족들을 잘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동수=자부심을 갖고 국가를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현역에 있을 때나 은퇴 후에도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운동을 하려 하고 유망주 발굴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사회=엘리트 선수도 학교 공부를 병행하도록 정책이 바뀌었다.
▷이동수=기초적인 공부는 하는 게 당연하다. 기초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성인이 된 뒤 엘리트 선수로서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올림픽 스타들도 아쉬웠던 기억을 갖고 있다. 안한봉 김영호 이봉주 이동수 이배영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 5명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체육계에 불고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회=금메달만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많이 완화된 것 같나.
▷이동수=2000년과 2004년에 은메달만 2개 땄는데 귀국할 때 금메달만 주목받아 섭섭했다. 지도자 입장이 돼보니 좀 이해되지만 장기적으론 메달 하나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김영호=은·동메달 딴 선수에게 시상대에서 고개 들라고 하는데 금메달만 주목하는 분위기가 바뀌려면 아직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이봉주=선수 자신도 당당해야 한다. 애틀랜타올림픽 때 은메달 딴 뒤 당당하게 태극기 들고 주경기장을 돌았다. 올림픽 메달은 아무나 딸 수 없는 것이다. 금메달과 은메달은 백지장 하나 차이다. 선수들이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신세대 선수들은 어떻게 변했나.
▷이동수=배드민턴 훈련 때 카메라를 이용한 비디오 분석 등이 도입되면서 훈련이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김영호=예전엔 훈련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는데 과학적인 게 많이 도입됐다. 요즘 선수들 스텝이나 순발력이 우리보다 향상됐다. 하지만 정신력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이봉주=마라톤도 최근 고지 훈련을 많이 한다. 그런데도 후배들이 신기록을 못 내는 것은 체격면에서는 좋아졌지만 정신력은 선배들을 못 따라 오는 것 같다. 옛날엔 환경이 안 좋아도 해내겠다는 의지나 경쟁의식이 강했다. 예전에 비해 모든 게 풍족하다 보니 불만이 많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국가대표 선수들의 처우는 어떤가.
▷안한봉=더 향상돼야 한다. 힘든 훈련 이겨내며 받는 수당이 80만원 정도다. 10만원이었던 1990년대에서 나아진 게 이 정도다.
▷이배영=국가대표 선수들은 결혼하면 운동과 가족을 사이에 두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베이징올림픽 때 아이가 있었는데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집중하느라 집엘 가지 못했다. 가족들을 잘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동수=자부심을 갖고 국가를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현역에 있을 때나 은퇴 후에도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운동을 하려 하고 유망주 발굴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사회=엘리트 선수도 학교 공부를 병행하도록 정책이 바뀌었다.
▷이동수=기초적인 공부는 하는 게 당연하다. 기초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성인이 된 뒤 엘리트 선수로서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