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멕시코 마약 조직의 자금세탁을 방조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거액의 벌금을 물 처지에 놓였다. HSBC 계좌 가운데엔 북한자금 약 26억원도 발견됐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네덜란드 ING은행에 테러지원국을 도운 혐의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은행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 “멕시코 마약 조직이 HSBC은행을 수년간 돈세탁 경로로 이용해왔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SBC 멕시코법인은 환전 관련 서비스로 현지 마약 조직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08년 멕시코법인에서 HSBC 미국법인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4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당국은 이 중 상당액이 멕시코 마약 자금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2008년 HSBC 멕시코법인은 조세피난처인 케이맨군도에도 5만개의 계좌를 두고 있었다. 예치된 예금은 21억달러였다. 보고서는 “케이맨군도에 예치된 돈도 범죄조직들의 자금으로 쓰였다”고 밝혔다. 이 밖에 HSBC는 일본에서 2억9000만달러 규모 여행자 수표를 신원불명의 러시아 상인들에게서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은행 경영진들이 수익에만 급급해 이 같은 불법 거래를 방조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HSBC는 2007년 7명의 북한 고객에게 230만달러가 넘는 규모의 계좌를 제공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앞서 2005년 8월에도 “개설이 금지된 북한 관련 3개 계좌가 그룹 내에서 발견돼 모두 동결했다”는 내용의 회사 내부 서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HSBC가 미국 당국으로부터 1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미국 내 은행에 대한 벌금 중 최대 규모가 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