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광역 지방자치단체(시·도)가 공기업을 만들려면 중앙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지방공기업 설립 요건이 강화된다. 마구잡이식 지방공기업 설립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미리 막고 산하 공기업의 부실에 따른 지자체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기업의 설립 사전협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17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초 지자체뿐 아니라 광역 지자체가 공기업을 세울 때도 행안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1999년 지방공기업 설립인가권이 지자체에 이양된 후 지금까지는 기초 지자체만 행안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면 됐다.

행안부는 신설된 사전협의 과정을 통해 지자체가 제출한 타당성 검토 결과를 외부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재검토할 계획이다. 해당 지자체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 같은 협의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김영철 행안부 공기업과장은 “각 지자체가 자체 발주한 타당성 검토가 객관성·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행안부가 직접 평가용역을 발주해 이중 검토를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지방공기업의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해선 일정 요건을 갖춘 외부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그 결과도 즉시 지방의회에 보고하도록 해 신중한 사업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신규 투자사업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 검토를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전문기관 요건 등 구체적 규정이 없어 형식적인 검토가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자본금 50% 미만을 출자해 설립한 기관도 재무제표와 경영평가 결과를 공시해야 하며 임직원이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했을 때 수수액의 5배까지 징계금을 매길 수 있게 된다.

행안부의 ‘지방공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지방공기업 수는 417개에 달한다. 2000년(306개)에 비해 10년 새 36.3% 증가했다. 이들 공기업의 총 부채는 2010년 기준으로 62조8817억원으로, 2006년(35조7421억원)에 비해 75.9% 증가했다.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는 지자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 태백시다. 태백시는 산하 공기업인 태백관광개발공사가 만든 오투리조트로 파산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 오투리조트의 총 부채는 3000억원이 넘는다. 노병찬 행안부 지방재정세제국장은 “지방공기업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설립 및 신규 사업투자 등 자본투입 초기단계에서 신중한 검토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