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최고위원회(SCAF)가 새 정부와의 협력과 권력 이양을 촉구하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클린턴 장관은 이집트 방문 중 토마토와 신발 세례를 받는 등 망신까지 톡톡히 당했다. 이집트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첫 대(對)이집트 외교는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세인 탄타위 SCAF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특정 정치세력이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탄타위 의장의 발언은 클린턴 장관이 모하메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무르시 대통령과의 회담 후 “적법한 절차에 의해 구성된 새 정부를 존중해야 한다”며 “군부가 완전한 민정 이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부의 격한 반응은 그동안 이집트 군부의 ‘충실한 협력자’였던 미국의 태도 변화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이집트와의 외교관계에서 미국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 대한 항의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군부와 대통령 간의 권력투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가 반미로 돌아서는 분위기까지 감지되면서 미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날 수백명의 이집트 시위대는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한 클린턴 장관이 탄 차량을 향해 토마토와 구두를 던졌다. 아랍권에서 신발을 던지는 것은 가장 큰 모욕으로 간주된다. 시위대는 클린턴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 상대였던 모니카 르윈스키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