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최근 합헌 판정을 내렸다. 이 문제로 지금 워싱턴 정가가 온통 시끄럽다. 특히 보수파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지지가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수 진영이 더 들끓고 있다.

2014년부터 모든 미국 국민이 건강보험에 강제 가입하도록 한 ‘오바마 의료개혁안’은 과거 75년간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꾸준히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당선 직후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의료개혁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의회의 벽을 넘는 데 성공했고 이에 맞선 위헌 소송에서도 연방 대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

이 법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는 이미 직장 또는 개인적으로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 65세가 넘는 노인과 저소득 계층 역시 정부가 지원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 각각 가입돼 보험 혜택을 누린다. 실질적으로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인구는 전체의 5.5% 수준인 1700만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부분 보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소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렇다고 빈곤 계층도 아닌 사람이다. 바로 이들의 보험 가입을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5.5%를 위해 정부가 앞으로 써야 할 예산은 연간 17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세 부담 증가로 돌아온다. 또 고용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 등에 써야 할 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 정책을 위해 새로운 정부 부서가 만들어지고 수천명에 달하는 공무원이 채용된다. 생산은 없고 지출만 늘어나는 비효율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는 이미 이 법안을 무효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극우파인 ‘티파티’ 역시 무효화를 위해 일종의 선전포고를 했다. 의료개혁안에 반대하는 모금운동을 펼쳐 단시간 내 수천만달러를 모으기도 했다. 오바마 의료개혁안은 공화당과 티파티가 단합하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그의 재선 가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최근 야당의 포퓰리즘 선동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듯한 한국의 새누리당이 미국 공화당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