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법관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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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꼬박 밤새며 '후보자 탐색'
헌법·약자·민주주의를 생각한 시간
이언주 < 국회의원(민주통합당) k041036@naver.com >
헌법·약자·민주주의를 생각한 시간
이언주 < 국회의원(민주통합당) k041036@naver.com >
나흘간의 전쟁과 같았던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어찌 1주일이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말을 하고 많은 말을 들은 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우선 4명의 후보자에 대해 인간적으로 미안한 감정이 생긴다. 카메라와 국민의 시선이 하루종일 자신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13명 국회의원의 공격적 질문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 평생 법관으로 타인을 심판하던(게다가 그 중 한 명은 검사로서 막강한 공권력을 갖고 타인을 수사하고 기소하던) 위치에 있다가 이제 거꾸로 질문을 받고 판단을 받는 자리에 섰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물론 하루긴 하지만.
그러나 다른 자리도 아니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대법관의 자리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절차였고, 더구나 나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하는 자리였기에 엄격한 검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법관을 임명하는 행정부의 이해로부터, 또한 후보자들이 속한 사법부의 조직논리와 이해로부터 견제장치를 철저히 작동시키는 것이 바로 입법부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소임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도 쟁쟁한 선배 의원들 사이에서 초선이라 별 역할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그리고 근거나 내용도 없이 대충 우긴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각 후보자가 제출한 신상기록과 수백쪽에 달하는 서면질의답변서, 후보자들이 담당했던 판결과 관련 판결 원문, 관련 논문과 기사, 유사한 사안의 해외 판례 등의 검토, 관련 정보와 탐문, 증인·참고인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보좌진과의 토론과 질의사항 정리, 동료 청문위원들과의 회의 등 청문회를 위해 최소 열흘간은 꼬박 의원회관의 불을 밤늦도록 밝히고 있었던 것 같다.
국민을 대신해서 검증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어쩌면 법문과 형식만으로 보면 전혀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라도 그것이 과연 최선의 판결, 최선의 절차였는지 상당히 아쉬운 판결이 많이 보였다. 오랜 기간 너무나 익숙해져서 의문조차 품지 않는 논리와 절차, 관행을 극복하고 자기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입장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아쉬웠다.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나 스스로도 헌법적 가치, 인간의 존엄성과 적법 절차, 사회적 약자 보호,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와 삼권분립의 정신, 대한민국 사법부가 가야 할 길, 사법부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됐다. 청문회에 임한 후보자들이, 그리고 청문회를 지켜본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런 정신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미국의 블랙먼 판사와 같은 존경받는 판사, 명판결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하면서 그의 이야기가 담긴 ‘블랙먼, 판사가 되다’란 책을 집어 든다.
이언주 < 국회의원(민주통합당) k041036@naver.com >
그러나 다른 자리도 아니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대법관의 자리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절차였고, 더구나 나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하는 자리였기에 엄격한 검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법관을 임명하는 행정부의 이해로부터, 또한 후보자들이 속한 사법부의 조직논리와 이해로부터 견제장치를 철저히 작동시키는 것이 바로 입법부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소임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도 쟁쟁한 선배 의원들 사이에서 초선이라 별 역할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그리고 근거나 내용도 없이 대충 우긴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각 후보자가 제출한 신상기록과 수백쪽에 달하는 서면질의답변서, 후보자들이 담당했던 판결과 관련 판결 원문, 관련 논문과 기사, 유사한 사안의 해외 판례 등의 검토, 관련 정보와 탐문, 증인·참고인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보좌진과의 토론과 질의사항 정리, 동료 청문위원들과의 회의 등 청문회를 위해 최소 열흘간은 꼬박 의원회관의 불을 밤늦도록 밝히고 있었던 것 같다.
국민을 대신해서 검증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어쩌면 법문과 형식만으로 보면 전혀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라도 그것이 과연 최선의 판결, 최선의 절차였는지 상당히 아쉬운 판결이 많이 보였다. 오랜 기간 너무나 익숙해져서 의문조차 품지 않는 논리와 절차, 관행을 극복하고 자기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입장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아쉬웠다.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나 스스로도 헌법적 가치, 인간의 존엄성과 적법 절차, 사회적 약자 보호,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와 삼권분립의 정신, 대한민국 사법부가 가야 할 길, 사법부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됐다. 청문회에 임한 후보자들이, 그리고 청문회를 지켜본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런 정신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미국의 블랙먼 판사와 같은 존경받는 판사, 명판결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하면서 그의 이야기가 담긴 ‘블랙먼, 판사가 되다’란 책을 집어 든다.
이언주 < 국회의원(민주통합당) k04103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