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이 2007년부터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조사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금융사들의 금리조작을 알면서도 수년간 묵인해 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국 뉴욕연방은행과 영국중앙은행(BOE)이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4월11일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 관계자는 뉴욕연방은행에 전화를 걸어 영국 은행들이 금리를 고의로 낮게 보고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영국 은행들이 금융시장의 과도한 관심을 피하기 위해 금리를 실제보다 낮게 보고하고 있다”며 “지금 공개되는 리보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은 금융불안이 고조되던 2007년 재무상태를 좋게 포장하기 위해 실제보다 낮은 차입금리를 보고해 리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뉴욕연방은행장(현 재무장관)은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에 이 내용을 알렸다. 영국은행연합에는 리보를 산정하는 과정을 고치라고 조언했다. 2007년 미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등도 리보가 비현실적으로 낮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연방은행과 BOE가 리보조작 문제를 놓고 주고받은 이메일은 폴 터커 BOE 부총재에게도 전달됐다. 터커 부총재는 직접 영국은행연합에 관련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터커 부총재는 지난 5일 영국 의회에 출석, 자신이 2008년 바클레이즈에 “금리를 낮게 보고해도 괜찮다”고 말했다는 의혹과 관련, “최근까지 리보 조작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WSJ은 “미국과 영국 정부가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알고도 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조만간 가이트너 장관과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출석시켜 관련 내용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국 법무부가 리보 조작에 연루된 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한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바클레이즈를 포함, 여러 은행의 조작 증거를 찾고 있으며 연내에 최소 은행 1곳을 기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