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운영되는 세계 최장수 식당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장크트 스티프츠켈러(st stiftskeller)’다. 803년 프랑크왕국의 사를마뉴 대제가 이곳에서 식사한 기록이 있다고 하니 1200년 이상 된 식당이다. 유네스코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한 무게감이 있다. 민물 게요리와 비프스테이크가 나오는 디너 코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일본 교토의 장수 식당도 알아준다. 이곳에는 한두 가지의 음식에 집중하는 일본식당 특유의 전문성을 만난다. 메밀국수 명가로 알려진 ‘오와리야(尾張屋)’는 1465년에 세워진 가게다. 이곳에서 만든 오색 메밀국수는 당시 왕실에서 애용했다고 한다. 걸쭉한 국물맛이 다른 메밀집과 차이가 난다. 지금은 이곳 이름을 딴 메밀국수집을 일본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데이쇼쿠(일본 정식)’로 유명한 ‘효데이’나 두부요리집 ‘오쿠단’ 등도 400년이 넘은 시니세(전통과 신뢰가 있는 가게)다.

파리 카페와 레스토랑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1512년 프랑스 최초로 세워진 ‘아르콜 레스토랑’은 지금도 프랑스 문화가 번성했던 18세기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당시 유행했던 식탁과 의자 메뉴 등을 지금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1784년에 개점한 ‘그랑 베푸르’는 나폴레옹과 그의 아내 조세핀 조르주 상드, 발자크 등 당대의 문인과 정치가가 앉았던 자리를 지금도 표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한국의 맛을 이어갈 음식점 100곳을 추려 발표했다. 50년 이상 된 음식점을 대상으로 8개월간 그 집의 내력과 평판을 조사한 후 선정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곳은 1904년 개업한 서울 종로의 이문 설농탕이다. 양지 도가니 사골을 가마솥에 넣고 17시간 푹 고아낸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이 맛에 반해 당대의 명사들이 이 집을 자주 찾았다. 1910년 개업해 나주곰탕의 원조라 불리는 나주 하얀집, ‘굳세어라 금순아’를 탄생시킨 대구의 강산면옥, 1924년 세워진 해남의 떡갈비 전문 천일식당 등도 음식점 100곳에 포함됐다.

전통 음식점은 그 도시와 지역의 습속과 문화를 표현하는 상징이다. 잘츠부르크나 교토 파리의 명가들은 고유한 맛뿐 아니라 도시와 그 지역의 향기를 판다. 한국의 맛을 이어갈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설렁탕이든 곰탕, 냉면이든 맛은 기본이다. 거기에 지역 특유의 정서와 멋이 곁들여지는 게 식당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싶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