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의 한 대형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 소속 K팀장(42)은 최근 한 고객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지난해 말 가입을 권유한 인덱스펀드가 문제였다. K팀장은 “비슷한 시기에 친구가 가입한 인덱스펀드는 상반기 4% 넘는 수익을 냈는데 당신이 추천한 인덱스펀드는 수익률이 왜 이 모양이냐며 고객이 막 혼을 내더라”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손실 방어 효과가 큰 인덱스펀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수 흐름을 좇아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 간에도 수익률 격차가 연 10%포인트 이상 벌어져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높아지는 인기, 벌어지는 수익률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인덱스펀드 설정액은 8조1169억원으로, 지난 5월 말(7조5481억원)보다 7.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액티브주식형일반 설정액은 38조8611억원에서 39조1958억원으로 0.8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선욱 삼성증권 SNI 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거래하기 편리하고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부자들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수익률이 코스피200 등 지수 등락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지만 올 들어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품별로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조사 대상 100개 인덱스펀드 가운데 ‘하이포트폴리오인덱스1’이 올해 4.41%의 수익을 내 성과가 가장 좋았다. 반면 ‘IBK코스피200인덱스자’는 0.64%의 손실을 내며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연초 이후 두 펀드 간 수익률 격차는 5.05%포인트,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차이가 10.10%포인트에 달한다.

○운용 전략 차이가 ‘성적’ 차이로 이어져

이처럼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크게 벌어진 것은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활용하는 퀀트 전략에서 운용사 간 희비가 엇갈려서다. 박재성 하이자산운용 인덱스운용팀장은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단순하게 투자 대상을 정하기보다 성장성과 수익성, 배당 부문을 각각 10등급으로 분류해 9, 10등급을 받은 종목은 제외한 게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펀드의 ‘덩치’도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은 “인덱스펀드는 설정액이 너무 적으면 담아야 할 종목을 못 담아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설정액이 100억원은 넘어야 지수 흐름을 안정적으로 좇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인덱스펀드는 증시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수익률이 액티브주식형일반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조정장에 강한 장점을 살리면서도 이 같은 단점까지 보완하길 원하는 투자자라면 업종대표주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0여개 업종대표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1’은 올해 4.43%의 수익으로 인덱스펀드 수익률 1위인 하이포트폴리오인덱스1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장기 운용 성과인 최근 3년간 수익률도 50.70%로, 대부분 30%대에 머물러 있는 인덱스펀드보다 낫다.

송종현/안상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