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증시 상황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는 종목이 있다. 부산·경남·울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주류업체 무학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가치주펀드인 ‘피드 로우 프라이스드 스탁 펀드’는 올초부터 무학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보유지분을 8.24%까지 늘렸다. 다른 외국인들도 매수에 나서면서 지난 3월 말 8.62%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13.78%까지 높아졌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6월 이후 21일 동안 순매수하며 2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무학이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주류시장의 정체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반면 주가는 그만큼 오르지 못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무학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2007년 7.7%에서 지난해 12.9%로 껑충 뛰었다. 전국 5위였던 업계 순위도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57억원과 55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2.8%와 35.7%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키움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2183억원으로 11.5% 증가가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577억원으로 4.7% 늘어날 전망이다. 무학 관계자는 “올해 매출 목표는 2200억원”이라며 “지난해 워낙 성장이 가팔랐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둔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소주 판매는 순조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학의 성장세는 2006년 출시한 알코올도수 16.9%의 순한소주 ‘좋은데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덕분이다. 작년 소주 전체 출고량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으나 저도주 출고량은 100.2% 급증했다. 무학은 ‘좋은데이’로 저도주 시장을 선점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울산공장이 5월 ‘주류 제조면허 취소처분’을 받아 생산중단 상태지만 실적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소주 판매량은 월 3500만~3600만병으로 창원공장(월 생산능력 4000만병)에서 다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0월 창원2공장(월 3000만병)이 완공되기 때문에 생산능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투자에 주의해야 할 요인으로는 업계 내 경쟁 심화가 꼽힌다. 무학은 내년 서울 진출을 선언했지만 하이트진로 역시 지방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09년 두산주류를 인수해 소주시장에 진출한 롯데칠성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1053억원을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에 쓰고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할 점으로 꼽히지만, 기초자산이 대부분 지수형이어서 큰 위험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