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팀 쿡·이재용…美 선밸리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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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밸리 미디어 콘퍼런스' 개막
'미디어 M&A 중개소' 역할…글로벌 거물 아이디어 교환
디즈니, ABC 방송 인수…컴캐스트-NBC M&A 등 굵직한 '메가딜' 잇단 성사
'미디어 M&A 중개소' 역할…글로벌 거물 아이디어 교환
디즈니, ABC 방송 인수…컴캐스트-NBC M&A 등 굵직한 '메가딜' 잇단 성사
2009년 7월 초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도시 선밸리(Sun Valley).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골프장에 있는 한 콘도미니엄 방에 들어섰다. 15분 뒤 미국 최대 케이블TV 회사 컴캐스트 공동 창업자인 랄프 로버츠 회장이 스티브 버크 최고운영자(COO)와 함께 나타났다.
이 비밀 회동은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리 주니어 부회장이 주선했다. 몇 년 동안 지상파 방송사 NBC를 매각하라는 회사 안팎의 요구를 뿌리쳐온 이멜트 회장이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정말 이 거래를 원하십니까?” 이멜트 회장이 로버츠 회장에게 물었다. 로버츠 회장은 “내 인생에서 많은 딜을 해왔다”며 “지금이 이 딜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답했다.
미국 미디어업계의 역사적 인수·합병(M&A) 중 하나인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가 시작된 순간이다. 인구 1400명에 불과한 산 속 작은 도시 선밸리는 매년 여름 전 세계 미디어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뉴욕의 작은 미디어 전문 IB인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열어온 ‘선밸리 미디어 콘퍼런스’에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아우르는 업계의 거물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이다.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도 어김없이 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출판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사를 발표한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 지난해부터 지역 신문들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등이 올드미디어를 대표해 이곳을 찾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등은 뉴미디어를 대표해 참석한다.
2002년부터 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팀 쿡 애플 CEO,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과 함께 초청자 명단에 들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안드레센, 사모펀드 KKR 공동 설립자 헨리 크래비스도 참석해 투자 기회를 탐색한다.
올해는 뉴스코퍼레이션 같은 미디어 재벌의 기업 분할이 추가로 이뤄질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와 애플TV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게임회사 블리자드 매각을 추진 중인 비방디유니버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산악자전거, 낚시 등 레포츠 활동이나 칵테일 파티 등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며 사업 및 M&A 아이디어를 나눈다. 참석자들도 선밸리에 도착하기 전까지 올해의 의제를 알지 못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선밸리 미디어 콘퍼런스
미디어 업종에 특화한 뉴욕의 소형 투자은행(IB)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 초 미국 북서부 아이다호주의 휴양도시 선밸리에서 1주일 동안 여는 콘퍼런스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등 거물들이 참석한다. 1995년 월트디즈니의 캡시티·ABC 인수, 2011년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 등이 이 콘퍼런스에서 시작됐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