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위험수위인 연 7%에 근접했다. 이탈리아 국채금리도 6%를 넘어섰다. 지난달 28, 2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이 연내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일(이하 현지시간) 열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도 별 소득 없이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EU 합의사항 연내 성사될까

6일 국채시장에서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6.97%까지 치솟았다. EU 정상회의에서 재정위기국 은행에 대한 직접 지원 등이 합의된 뒤 연 6.30%까지 낮아진 금리가 위험수준인 연 7%에 다시 근접한 것이다.

지난 3일 연 5.65%까지 내려간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도 연 6.03%까지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정상회의의 합의가 위기의 돌파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EU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유로안정화기금(ESM)이 유로존 은행을 직접 지원하려면 해당국 정부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국 정부의 부채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당초 기대했던 은행의 재정위기 확산 방지효과를 보기 어렵게 된다.

ESM의 은행 직접 지원의 전제조건인 EU 은행 통합감독기구 설립도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시기(연말)보다 훨씬 늦은 내년 하반기나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폭(0.25%포인트)이 예상보다 작고 별다른 추가 경기부양책이 없었던 것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핀란드, 네덜란드 등의 재정위기국 직접 지원 반대와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에서의 반대여론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핀란드는 은행 감독기구 출범 전에 스페인 은행으로 자금을 투입하려면 확실한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네덜란드도 ESM의 국채매입에 반대한다며 선을 그었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국민 약 66%가 위기국 지원문제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지는 비관론

EU 합의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어려워질 것이란 비관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독일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EU 정상회의의 합의는 시간끌기용으로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시장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3~6개월 안에 국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 UBS그룹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EU 정상회의는 구체적 해결책 없이 합의만 강조하는 전형적인 유럽식”이라고 꼬집었다.

9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스페인 은행 직접 지원과 키프로스 구제금융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EU 정상회의 때 이뤄진 중요한 합의들이 구체화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약해졌다”고 전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