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많아서 과거보다 위기대응능력이 높아졌다는 기사가 자주 나와요.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정말 위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되나요? 그리고 외환보유액이 중요하다면 관리도 굉장히 잘해야 할 것 같은데 외환보유액은 누가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A. 최근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죠? 외환보유액이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외환보유액은 무엇

외환보유액은 긴급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정부나 중앙은행이 가진 외화자산을 말해요.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123억달러입니다. 이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수준이죠.

외환보유액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비상 시 국민경제의 안전판 기능을 하기 때문이에요.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긴급한 상황이 일어나 국내 금융회사가 외화를 못 빌리는 경우 외환보유액으로 필요한 외화자금을 공급, 국가부도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거죠. 외환보유액의 이러한 기능을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중에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는 실감할 수 있겠죠.

또한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지급능력이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국가신인도를 높이고 민간기업 및 금융회사의 해외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는 한편 외국인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유지되고 있는 데는 외환보유액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겠죠.

한편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에 외화가 부족해 시장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지는 경우 시장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외환보유액은 누가·어떻게 운용?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한국은행 보유분과 정부 보유분(외국환평형기금)으로 구분돼요. 이 중 정부보유분의 대부분은 한국은행에 예금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결국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한국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셈이죠.

한국은행은 유동성, 안전성 및 수익성이라는 기본원칙에 따라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환보유액이 우리나라의 최종적인 대외 지급준비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대부분의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이와 유사한 운용원칙을 채택하고 있어요. 여기서 유동성이란 필요할 때 큰 손실 없이 즉시 팔 수 있는 정도를 뜻해요. 안전성은 위기상황에서도 자산의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외환보유액은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 방지를 위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해요. 위기상황에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필요 시 큰 손실 없이 즉시 팔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유동성과 안전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죠. 다만 외환보유액 보유에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도 무시할 수 없겠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운용 시 유동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가운데 투자다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환보유액은 어디에 얼마나 투자?

지난해 말 현재 외환보유액의 상품별 투자내역을 보면 정부채 36.8%, 정부기관채 20.1%, 우량회사채 14.1%, 자산유동화채 17.0% 등 우량채권이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죠. 이외에 해외 주식 5.4%와 예치금 6.6%로 구성돼 있습니다.

통화별로 보면 한국은행은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보유액의 가치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미달러화 이외에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에 분산투자하고 있어요. 또한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금에도 일부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에서 신흥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국 위안화에 대한 투자도 시작했어요. 지난해 말 외화자산 중 미달러화 비중은 60.5%인데 이는 전 세계의 외환보유액에서 미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인 62.1%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입니다.

○외환보유액 위험관리는 어떻게?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리스크)은 시장리스크, 신용리스크, 유동성리스크 및 운영리스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죠.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에 걸맞은 엄격한 리스크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장리스크는 금리, 환율, 주가 등의 변화로 인한 자산가격의 하락위험을 말해요. 한국은행은 매년 통화 및 상품구성, 채권의 평균상환만기(duration) 등이 변동할 수 있는 구간을 정하는 한편 각종 리스크지표를 이용해 시장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편 신용리스크는 채권발행자나 거래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른 위험이에요. 한국은행은 낮은 신용등급의 외화자산은 투자대상 상품에서 제외하는 한편 거래상대방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 관리하고 있으며 적절한 신용리스크 지표들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동성리스크 관리를 위해 긴급한 외화자금 수요에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별도로 분류해 운용하고 있죠. 나머지 자산의 경우에도 일정 비중 이상을 유동성이 높은 정부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산운용체계와 관련된 운영리스크 관리를 위해 한국은행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외환보유액 운용업무를 기능별로 분담하고 있으며 업무수행 과정을 감시·통제하는 준법감시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손민근 < 한국은행 외자운용연구팀 과장 >


독자 퀴즈

우리 나라 외환보유액의 투자대상이 아닌 것은?

(1) 선진국 정부채
(2) 우량 회사채
(3) 금
(4) 중국 위안화
(5) 한국 주식

▷퀴즈 응모요령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