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시장과 싸우지 말라
‘시장이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고 정해놓고 투자해선 안된다.’

최근 나온 ‘오닐의 제자들처럼 투자하라’는 책을 낸 길 모랄레스와 크리스 캐처(공저)는 “있는 그대로 주식시장을 인정하며 시장과 함께 흘러가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오닐은 “투자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시장이 말해준다”고 역설했던 원조 시장중시형 투자 대가다.

책의 저자들은 주식시장과 역류하며 시장과 싸웠을 때는 뼈아픈 투자실수로 이어진다고 고백한다. 물론 주식시장은 늘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시장이 전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최선의 방법은 잠시 시장에서 물러나 시장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시장은 어떤가. 시장이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차분하게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C모씨는 남편과 함께 마련한 목돈 수억원으로 집 근처 상가를 사려다 포기했다. 상가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안 서는 데다 상가 매입 후 장사가 안 됐을 경우 임차인과 임대료 문제로 실랑이를 벌일 것으로 생각하니 골치가 아팠다. 취득세와 소득세를 내는 것까지 포함해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제2금융권에 5000만원(신규상품 연리 6.1%)씩 분산예치하는 게 수익률이 높았다. C씨는 모험을 무릅쓰고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수익형 부동산이 대세라고 떠들어대지만 C씨는 부동산시장을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조급하게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은행이자도 못 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봤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약세장이라 진입하기에는 비교적 괜찮지만 장세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켜봤다가 유망종목이나 고점 대비 대폭 하락 종목을 살까 하고 생각 중이다.

C씨와 같은 안전형 투자자가 최근 늘고 있다. 이들은 월척을 낚기 위해 낚싯대를 여기저기 휘둘러대기보다는 치어급 물고기에도 만족한다. 모험형과는 거리가 멀어 단기 투자수익률은 낮을 수 있다.

이들이 현명한 건 시장과 싸우지 않아서다. 시장과 맞서며 고집스럽게 투자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투자 고수들도 꼭 수익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가끔은 시장에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재테크는 때(時)와 운(運)이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