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대치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석유 금수 조치에 이란이 미사일 발사 훈련 등 무력시위로 맞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간) 런던석유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9.7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월21일 배럴당 89.23달러까지 값이 떨어진 이후 2주 만에 약 12% 급등한 것이다. 브렌트유 값은 전날에도 배럴당 100.68달러까지 오르는 등 연일 1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브렌트유 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6월6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유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EU가 지난 1일부터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를 시행하자 이란은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란 의회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법안을 상정했다.

아미르 알리 하지 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이란 파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공격당하면 몇 분 내로 미군기지와 이스라엘을 타격하겠다”며 “미군기지들은 미사일 사거리 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도발에 페르시아만 기뢰제거함을 기존 4척에서 8척으로 늘렸고 상륙수송함도 추가 배치했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주 내로 이란과 핵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U 관계자는 “무력충돌 우려가 나올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석유를 팔 곳이 없어지면서 궁지에 몰린 이란이 결국 EU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란 유조선들은 한 달째 페르시아만을 떠돌면서 원유 매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 외무부는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해 평화적 목적의 핵 개발 권리가 인정되면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공식 보증문서를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