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수장에 취임했던 전윤철 회장(사진)이 4일 전격 사퇴했다.

전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프로골프의 발전을 위해 협회장을 맡았지만 협회가 내분에 휩싸여 더 이상 협회장직을 맡기 힘들어졌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3월29일 협회 대의원 총회에서 제15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일부 회원들이 회장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법원에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지난 5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업무가 중지됐다.

당시 법원은 협회가 절차를 밟아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회장을 뽑도록 했다. 또 3자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기존 집행부에서 이를 맡도록 했다. 이에 따라 김학서 부회장이 회장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 김 직무대행은 “전윤철 회장을 재추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 회장이 사퇴한 것은 현 집행부의 KPGA 회관 매입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 회장의 업무중지로 회장직을 수행 중인 김 직무대행은 “전 회장은 지난 일요일 사퇴를 결정했다”며 “전 회장이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뒤 6일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사퇴하겠다는 마음을 굳혔으며, 발표를 좀 앞당겨 했을 뿐이란 설명이다.

전 회장은 KPGA가 회장 선임 문제로 시끄러운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삼겠다”며 회장직을 수락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에도 선임 절차 위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고소·고발이란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앞으로 KPGA는 두 달 이내에 새 회장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 김 직무대행은 “대의원 회의를 소집해 정관에 정한 절차에 따라 신임 회장을 선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 집행부 주도로 외부 인사 영입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회장 선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정석 KPGA 감사는 “11일에 임시 대의원 총회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4일자로 집행부에 전달했다”며 “앞으로 1주일 내에 회신이 없으면 직권으로 총회를 소집, 현 집행부 해임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선수협의회도 현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인우 선수협 회장은 “부도덕한 집행부를 사퇴시키고 객관적으로 선거를 관리할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