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4일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스뉴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모두 727만2096대로 전년 동기(633만3141대)보다 14.8% 늘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판매량이 1450만~1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등의 재정위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유럽 시장은 물론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과도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대해 △오랜 기간 차량 교체를 미뤄온 ‘펜트 업 디멘드(pent up demand·억눌린 수요)’와 △저금리 할부금융 △중고차 가격 상승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미국에서 운행중인 자동차의 평균 차령이 11년으로 높고 10년 넘은 차가 전체의 35%에 이른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차 구입을 미뤘던 사람들이 구매에 나서면서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 정책도 한몫 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90% 이상이 할부금융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낮은 금리가 가격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이다. 신 팀장은 “2008년 이후 뚝 떨어진 신차 구매가 3~4년 된 중고차 품귀현상으로 이어져 중고차 값이 상승한 것도 신차 구매를 촉진했다”며 “멕시코 등 주변 신흥국에서 미국산 중고차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은 연 1700만대 규모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시장의 크기를 감안하면 판매량이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들의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도요타는 전년 대비 28.7% 늘어난 104만6096대를 팔았다. 혼다와 닛산도 각각 판매량을 15.4%, 14.4% 늘렸다. 일본 3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31.9%로 30%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대지진으로 인한 수급 차질과 판매부진을 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다. 미국 업체들 중에선 크라이슬러가 전년 동기 대비 30.3% 늘어난 83만4068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많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를 비롯해 쏘나타, K5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미국 업체들의 공세를 막아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64만53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6%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8.9%로 전년 동기보다 0.1% 감소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